『삶의 정도』를 다시 생각하다 ②

무엇을 위해 살아갈 것인가

— 목적함수의 세계

지난 글에서는 『삶의 정도』의 수단매체를 생각해보았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도구를 만들고, 지식을 배우고,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그 많은 능력과 수단을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

윤석철 교수는 이것을 목적함수라는 개념으로 이야기한다.

나는 이 말이 좋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자꾸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어느 학교에 갈 것인가.
어느 회사에 들어갈 것인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얼마를 벌 것인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그러나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무엇을 위해?


목표를 이루는 것과 잘 사는 것은 같은가

나 역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경영학을 공부했고, 사회에 나와 여러 분야의 일을 경험했다. 새로운 일을 맡으면 책을 찾아 읽고 공부했다. 기회가 왔을 때 도전했고, 중요한 선택의 순간도 여러 번 있었다.

돌아보면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질문은 조금 달라졌다.

무엇을 이루었느냐보다 그것을 무엇을 위해 사용했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CEO가 되는 것도 목표가 될 수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목표가 될 수 있다.

사업을 크게 만드는 것도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었다고 해서 삶의 목적까지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목표와 목적은 비슷해 보이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목표는 도착해야 할 지점이고, 목적은 왜 그곳으로 가는지를 묻는다.


선택한다는 것

목적함수를 생각하다 보면 결국 선택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살면서 좋은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온다.

그런데 좋은 기회가 반드시 내가 가야 할 길인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비교적 확실한 길과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길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 나에게 중요했던 것은 단순히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가 아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 질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삶의 중요한 선택에는 그 사람의 목적함수가 숨어 있는 것 같다.

무엇을 선택했는지만큼 무엇을 포기했는가를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보인다.


회사도 “왜?”를 물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이 질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물론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이익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다.

그러나 돈을 버는 것만으로는 내가 회사를 시작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Trugenes를 시작하면서도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생각했다.

내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더 나은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도 사업을 하면서 그 질문은 계속된다.

우리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정말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목적함수는 거창한 문구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 질문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나의 목적함수는 무엇인가

젊었을 때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경험도 달라졌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다.

그래서 나는 목적함수가 평생 변하지 않는 하나의 문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가면서 계속 묻고 다듬어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내가 가진 것을 어디에 사용하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한 가지 질문이 더해진다.

나는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재산이나 직책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남겼는지, 누군가의 삶에 어떤 작은 가치라도 더했는지.

그것 역시 삶의 목적함수를 생각하는 방법일 것이다.


목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목적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로 갈지 정했다면 그곳까지 갈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내가 공부했던 것, 읽었던 책, 여러 분야에서 했던 일, 만났던 사람들,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이 당시에는 서로 관계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이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의 사고의 틀이 되어 있었다.

나는 이제 그런 경험들을 우회축적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당장은 어디에 쓰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라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해보려고 한다.

지금 당신에게는 무엇이 축적되고 있습니까?

『삶의 정도』를 다시 생각하다 ③
수단매체와 목적함수의 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