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도(正道) — 생각은 깊게, 사람은 따뜻하게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정보는 넘쳐나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더욱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세상일수록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다.

그러나 단순하게 표현하는 것과 단순하게 판단하는 것은 다릅니다.

컴퓨터는 0과 1이라는 이진법을 바탕으로 복잡한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과 관계를 단순히 좋고 나쁨,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나는 오랜 시간 여러 조직에서 일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직접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은 깊게, 사람은 따뜻하게.

복잡한 삶의 경험 속에서 내가 소중하게 여기게 된 원칙입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세상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고, 어떤 사람은 새로운 생각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잘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나 역시 잘하는 것이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과 일해 왔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은 여전히 넓고, 다른 사람에게는 내가 알지 못하는 지식과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합니다.

누군가 새로운 생각이나 제안을 가지고 찾아오면 가능하면 충분히 들어 보려 합니다.

그 제안이 지금의 상황과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당장 실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 사람의 가능성을 모두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 생각을 갖게 된 이유가 있고, 그동안 쌓아 온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다 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다른 장점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처음의 제안과 전혀 다른 곳에서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처음 보여준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닙니다.

작은 인연에서 발견하는 가치

사업을 하다 보면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모든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고, 모든 일을 실행할 수도 없다. 시간과 자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작은 기업에서는 경영자가 제품과 기술, 시장과 고객, 사람과 자금까지 폭넓게 살펴야 합니다.

큰 조직에서는 여러 전문가와 부서가 나누어 검토하는 일을 직접 종합해서 판단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는 작은 기업의 경영이 종합예술과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을 제안한 사람과의 인연까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나의 경험에서도 처음부터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기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작은 만남에서 시작해 대화를 이어가고, 서로의 경험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낸 일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많은 시간을 들이고도 구체적인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 만남을 모두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있고, 사람을 이해하게 되며, 때로는 오래 이어지는 소중한 인연을 얻기 때문입니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가치가 드러나기도 합니다.

내공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나는 인생에서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오만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위치에 있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아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많은 경험을 할수록 자신이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예의를 갖추는 일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대방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존중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다르더라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합니다. 설명이 서툴더라도 그 안에 담긴 경험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나는 이러한 경험과 성찰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한 사람의 **내공(內功)**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내공은 단순히 많이 알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내며,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깊이입니다.

그리고 그 깊이는 결국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드러나게 됩니다.

생각은 깊게, 사람은 따뜻하게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판단하고 선택합니다.

어떤 일은 시작해야 하고, 어떤 일은 기다려야 하며, 때로는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충분히 듣고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판단이 신중해야 한다고 해서 사람을 대하는 마음까지 차가워질 필요는 없습니다.

함께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존중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에는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윤석철 교수님의 생각을 통해 삶의 정도를 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내가 살아오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삶의 정도는 거창한 말이나 원칙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는 것, 작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그리고 내가 모르는 세상이 다른 사람에게도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런 태도가 쌓이면서 삶의 깊이도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생각의 깊이는 내공에서 나오고,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은 그 내공의 품격을 보여줍니다.

생각은 깊게, 사람은 따뜻하게.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내가 지키고 싶은 삶의 정도입니다.


글 | 김장환
건강한 기업가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