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나무들은 한 해 동안 품었던 잎을 하나둘 내려놓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면 우리는 흔히 이별과 그리움을 떠올립니다.
〈슬픔의 심로〉라는 노래도 그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을 아쉬워하는 노래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 노래를 조금 다르게 받아들였습니다.
슬픈 노래를 들으면서도 이상하게 희망을 생각했습니다. 가을의 낙엽과 앙상한 나뭇가지,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올 새로운 봄을 떠올리며 노래의 감성에 젖어 들곤 했습니다.
나무가 떠나보낸 것일까요, 잎사귀가 떠난 것일까요?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한 해 동안 함께했던 잎사귀와의 이별입니다. 잎사귀가 떠난 자리는 허전하지만, 나무는 겨울을 견디고 새로운 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잎사귀의 입장은 어떨까요?
봄과 여름 동안 햇빛을 받아 양분을 만들며 나무의 성장을 도왔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가지를 떠나 땅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나 잎사귀의 역할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떨어진 잎은 미생물과 작은 생명들의 먹이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분해되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양분은 다시 나무와 숲의 새로운 생명을 돕습니다.
잎사귀는 나무를 떠나지만, 결국 나무를 살리는 자양분이 됩니다.
어쩌면 낙엽은 이별의 아픔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을 위한 마지막 선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도 찾아오는 가을

세월이 흘러 이제 제 친구들도 대부분 직장에서 퇴직했습니다. 여전히 사업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들도 있고, 새로운 일과 즐거움을 찾아가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던 퇴직이 어느새 우리 세대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언젠가 회사를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날이 찾아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지금의 자리가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곤 합니다.
회사와 직장인의 관계도 나무와 잎사귀의 관계를 닮았습니다.
회사는 우리에게 일할 기회와 배움의 터전을 주었고, 우리는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쏟아 회사의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함께 성장했던 시간이 끝난다고 해서 그동안 만들어 온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직장을 떠난 뒤에도 경험과 지식, 사람들과의 관계는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퇴직을 막연히 기다리며 아쉬워하기만 한다면 그 시간은 슬픔을 향한 기다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새로운 삶을 미리 준비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새로운 봄을 준비하는 자세
저는 여기서 Entrepreneurship을 생각합니다.
Entrepreneurship은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능력,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직장에 있는 동안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의 가능성을 넓혀 갈 수 있습니다.
퇴직 후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고, 오랫동안 미뤄 두었던 꿈을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과 나누며 새로운 보람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나무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봄을 맞이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새로운 봄을 스스로 준비하고 만들어 가야 합니다.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 변화를 알면서도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이 인간의 어리석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기다려야 할 것은 떠나는 날이 아니라, 새롭게 시작할 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나무는 눈물을 거둡니다
다시 나무와 잎사귀의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나무는 잎사귀를 키우고, 잎사귀는 나무의 성장을 돕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잎사귀는 땅으로 돌아가 또 다른 생명의 자양분이 됩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그들이 함께 만들어 낸 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서로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다시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 가는 것.
저는 이러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도 Entrepreneurship의 의미를 발견합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던 조직을 떠나더라도 그곳에서 쌓은 경험과 지식, 함께 만들어 온 가치는 새로운 곳에서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떠나는 순간을 끝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낙엽은 나무와 잎사귀 모두에게 아픔처럼 보이지만, 자연은 그 안에서 이미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떠나간 잎사귀는 흙의 자양분이 되어 언젠가 다시 나무와 만납니다.
이제 나무는 뒤돌아서서 눈물을 거둡니다.
그리고 새로운 봄을 준비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슬픔의 심로〉를 들으며 이러한 자연의 모습에서 슬픔보다 희망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다시 기타를 들고 이 노래를 연주하면서도 그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낙엽은 끝이 아닙니다. 새로운 생명을 위한 시작입니다.
저에게 〈슬픔의 심로〉는 그렇게 희망을 노래하는 음악입니다.
🎸 CEO Guitar | 슬픔의 심로
어린 시절부터 이 노래에서 느껴 왔던 희망을 이제 기타 연주에 담아 보았습니다.
아직 배워 가는 아마추어의 연주이지만, 음악과 함께 제가 발견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 〈슬픔의 심로〉 기타 연주 감상하기
CEO Guitar | 김장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