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적 사고의 틀 — J H Kim

책에서 시작해, Global Management의 현장에서 만들어진 나의 생각

사람에게는 저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있습니다.

같은 일을 경험해도 무엇을 보는지가 다르고, 같은 문제를 만나도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가 다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결국 판단과 행동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나는 오랫동안 경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나의 경영을 만든 것은 직책이나 경력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는가.

요즘 나는 오히려 이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생각하는 법을 처음 생각하다

1982년, 나는 경영학과에 들어가면서 윤석철 교수의 『경영학적 사고의 틀』을 접했습니다.

당시 내게는 언젠가 더 넓은 세상에서 Global 경영을 해보고 싶다는 희미한 꿈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Global 경영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런 막연한 일념으로 경영학을 선택했습니다.

그런 나에게 『경영학적 사고의 틀』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내용을 모두 이해했던 것은 아닙니다. 사이클로이드 같은 이야기는 당시에도 아리송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기억나지 않는 내용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남았습니다.

경영학은 답을 외우는 학문이 아니라,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생각하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

어쩌면 그때 처음으로 나는 ‘사고의 틀’이라는 것을 의식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생각의 재료였다

젊은 시절, 나는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경영 관련 책들을 거의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그때부터 막연하지만 한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 사고의 틀은 책에서 나온다.

책에 쓰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읽고, 생각하고, 의문을 갖고, 다른 생각과 부딪쳐보는 과정에서 내 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조금씩 쌓여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그것을 경영철학이라고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축적의 시간이었습니다.


Johnson & Johnson에서 만난 새로운 세계

사회에 나와 Johnson & Johnson에서 보낸 5년은 내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Finance를 중심으로 기업의 숫자와 운영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던 시절, 기존의 원가관리 방식과는 다른 관점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Robert S. Kaplan 교수와 Robin Cooper의
The Design of Cost Management Systems: Text, Cases, and Readings였습니다.

특히 Activity-Based Costing, ABC라는 새로운 접근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습니다. 새로운 원가관리 시스템을 실제 기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공부한 것을 현실에서 직접 실행해보려 했습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이론을 ‘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한번 해보는 것.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공부하고, 내 생각으로 이해하고, 현실에 적용해보는 방식이 이 시기에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윤석철 교수의 책이 내게 Thinking의 세계를 보여주었다면, Kaplan과 Cooper는 기존의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것을 System으로 만드는 세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Execution으로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 한 사람

그 시절 기억나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습니다.

당시 Johnson & Johnson의 경영자였던 Michael Head입니다.

나는 그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더 많은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면 회사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는 그 편지를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CFO에게 내가 필요한 책과 자료를 구입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라는 취지의 지시를 전달했습니다.

덕분에 여러 경영 원서와 Journal of Cost Management 같은 전문 저널을 꾸준히 접하며 새로운 경영 이론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책을 읽는 시간이 곧 경영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Reading도 Management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읽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읽은 것이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현실을 다르게 보게 하고, 그것이 실행으로 이어질 때 경영의 힘이 됩니다.


직선으로 가지 않았던 경력

그 뒤 나의 경력은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았습니다.

Finance Controller로 숫자를 보았고 구매 업무도 경험했습니다.

그러다 회사를 나와 Industry의 세계로 들어갔습니다.

직접판매 업계의 조합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부와도 일해야 했습니다.

공정거래와 관련된 법과 제도를 이해해야 했고, 낯선 법의 세계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공정거래법 과정도 찾아갔습니다.

당시 지도교수였던 권오승 교수님과의 만남도 그 과정의 하나였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분입니다.

정부 관계자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업계의 생각을 모아야 했습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했고, 때로는 외부의 비판에도 대응해야 했습니다.

언론의 시선도 경험했고, 국회라는 공간도 경험했습니다.

회사 안에서 일할 때와는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권한이 없는 곳에서 배운 Leadership

회사에는 조직이 있고 직책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권한으로 일을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Industry에서는 달랐습니다.

누가 한마디 명령한다고 서로 다른 회사들이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각 회사마다 이해관계가 달랐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접점을 찾아야 했습니다. 업계의 생각을 모아 정부를 설득해야 했고,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야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직책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힘이 중요했습니다.

권한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Leadership을 바라보는 생각도 이런 경험 속에서 더욱 단단해졌던 것 같습니다.

Leadership — Working with people to create value.

사람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Leadership입니다.


우회가 아니라 축적이었다

다시 기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뒤에도 한 가지 기능에만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HR을 맡으며 사람을 보았고, Logistics를 맡으며 제품과 조직이 움직이는 흐름을 보았습니다. 북아시아의 물류 체계를 만드는 일도 경험했습니다.

이후 Marketing과 Sales를 맡으면서 시장과 소비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Finance에서 시작해 Industry와 정부, 법과 제도를 거쳐 People, Logistics, Marketing, Sales의 세계까지 지나왔습니다.

당시에는 이 길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내가 직선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우회가 아니라 축적이었습니다.

숫자를 본 경험, 산업 전체를 본 경험, 법과 제도를 본 경험, 사람을 본 경험, 물류의 흐름을 본 경험, 시장과 고객을 본 경험이 서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조금 다른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고의 틀이 넓어지면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이 보입니다.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

나는 누군가 한 사람이 조직을 지배하고, 사람들이 그 사람의 지시만 바라보는 문화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Global Organization에서 일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참여하며, 자신의 일을 신나게 할 수 있는 조직문화였습니다.

특히 Amway에는 회사의 직원뿐 아니라 100만 명에 이르는 파트너 영업 조직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의 영업부와 달리, 이 파트너들이 시장에서 고객을 만나고 매출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주체입니다.

따라서 회사 안의 조직만 잘 움직여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직원과 파트너가 서로 신뢰하고 함께 Value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 과정에서 신나는 조직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서로 돕고 가능성을 키워주는 Helping People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힘을 모았습니다.

그런 생각은 훗날 내가 직접 가사를 쓴 **〈Helping People — 꿈, 사랑〉**에도 이어졌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돕고, 서로의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

돌아보면 내가 생각하는 Leadership의 중심에는 늘 People이 있었습니다.

Leadership — Working with people to create value.


지금 생각해보면, Entrepreneurship이었다

당시 내가 중요한 일을 할 때마다 ‘이것이 Entrepreneurship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서 공통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려 했습니다.

그 안에서 아직 보이지 않는 Value를 찾으려 했습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발전시켜보았고, 생각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만들어보려고 했습니다.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면 그것은 내가 이야기하는 Entrepreneurship과 닮아 있습니다.

Discovering Value.
Developing Value.
Making It Happen.

Leadership이 사람과 함께 Value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면, Entrepreneurship은 아직 보이지 않는 Value를 발견하고, 발전시키고,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고와 행동입니다.

그리고 그 둘의 중심에는 결국 People이 있습니다.


다시, Entrepreneurship의 현장에서

오랫동안 Global Organization에서 경영을 해온 뒤, 지금 나는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도전은 참 생산적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하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하며,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합니다.

때로는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나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과거의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사고의 틀을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사용하고 발전시키게 합니다.

나는 지금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무엇이 Value가 될 것인가.
그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낼 것인가.

이것 역시 내가 이야기하는 Entrepreneurship입니다.

Discovering Value.
Developing Value.
Making It Happen.

환경이 달라지면 새로운 Value를 다시 발견해야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시작해야 하고, 생각했던 것을 현실에서 다시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도전이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도전은 새로운 Value를 발견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다시 발전하게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시작한 제2의 인생에서의 Entrepreneurship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제부터 하나씩 써가려고 합니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Value

책에서 시작된 생각은 경험을 만났고, 경험은 판단을 만들었으며, 판단은 실행을 통해 다시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은 또다시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Digital과 AI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수많은 가능성이 열리고, 그만큼 새로운 Value를 발견할 기회도 무궁무진하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가 더 흥미롭습니다.

변화가 클수록 무엇을 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같은 세상을 보고도 사람마다 발견하는 Value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나는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보고, 생각하고, 사람들과 함께 그 안의 Value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며 현실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Discovering Value.
Developing Value.
Making It Happen.

1982년 『경영학적 사고의 틀』에서 시작된 생각은 이제 새로운 세상을 향하고 있습니다.

무궁무진한 Value가 새롭게 생겨나는 Digital 세상.
나는 그곳에서 또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만들어갈 것인가.

그리고 나는 다시 앞으로 갑니다.

**세상은 계속 변합니다.

그래서 나의 Entrepreneurship도 계속 앞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