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밭 매는 아낙네들의 고향, 청양

주민들의 흥과 재능이 만들어낸 고추·구기자축제

사진을 전해 받아 한 장씩 넘겨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빨갛게 익은 고추와 청양의 구기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계속 보다 보니 제 눈길을 붙잡은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사람들이었습니다.

빨간 옷을 맞춰 입고 무대에서 춤을 추는 주민들,
‘청양 늘푸른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 어르신들,
드럼을 치는 사람들, 풍물을 울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앞에서 함께 웃고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오래된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노래 **〈칠갑산〉**입니다.

그 노래 속 아낙네들이 살아왔을 것 같은 고장.

바로 청양입니다.


무대의 주인공이 주민들이었다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 2026 청양 고추·구기자축제.

올해 행사에도 유명 가수들의 공연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읍·면 풍물단 경연이 있고, 주민 참여 무대가 있고, 주민자치센터 동아리 공연이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도 참여하고 어르신들도 무대에 오릅니다.

말 그대로 청양 사람들이 무대의 중심에 서는 축제였습니다.

사진 속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올라온 사람들의 표정이 아닙니다.

춤추고, 두드리고, 노래하고, 웃습니다.

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갈고닦은 저마다의 Talent가 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농사짓던 손으로 북을 치고

청양은 농촌입니다.

누군가는 고추를 키우고, 누군가는 구기자를 재배합니다.

시장에서는 장사를 하고, 가정에서는 가족을 돌봅니다.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이 축제가 열리자 무대로 나왔습니다.

농사짓던 손으로 북을 치고,
이웃들과 맞춰 춤을 추고,
드럼 스틱을 잡고 음악을 연주합니다.

평소에는 그냥 마을에서 마주치던 이웃이 이날만큼은 무대의 주인공입니다.

일상의 사람들이 무대의 사람들이 되는 순간입니다.

저는 지역축제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Hot 하게~~!!


청양 사람들에게는 흥이 있다

우리는 흔히 지역축제라고 하면 무엇을 볼 것인지부터 생각합니다.

어떤 유명 가수가 오는지, 어떤 먹거리가 있는지, 얼마나 큰 불꽃놀이를 하는지….

물론 그것도 축제의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청양에서 전해온 사진들을 보면서 저는 다른 생각을 했습니다.

축제를 크게 만드는 것은 무대의 크기가 아니라 그 무대에 올라서는 사람들의 마음일 수도 있겠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내 이웃들과 함께,
내가 가진 작은 재능 하나를 꺼내놓는 것.

그리고 그것을 본 이웃들이 박수를 보내는 것.

그렇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됩니다.

그것이 청양의 축제를 정겹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요.


‘콩밭 매는 아낙네’는 지금도 살아 있다

물론 오늘날 청양의 모습은 노래 〈칠갑산〉이 만들어진 시대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진 속 사람들을 보면서 그 노래가 표현했던 고향 사람들의 정서를 떠올렸습니다.

땅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들.

서로의 얼굴을 알고 살아가는 이웃들.

힘든 농사일 속에서도 장날이면 사람을 만나고, 잔칫날이면 함께 먹고 노래하고 춤추던 사람들.

그 정서는 세월이 흘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콩밭이 아니라 축제의 무대에서 만났을 뿐입니다.

콩밭 매던 아낙네들의 고향에서
오늘의 청양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하고 북을 칩니다.


고추와 구기자가 만든 것은 결국 ‘사람의 자리’

청양고추와 구기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입니다.

농민에게는 한 해의 땀이고, 청양에는 중요한 지역경제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추·구기자축제는 농산물을 알리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니 고추와 구기자가 만들어낸 것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농부와 소비자가 만나고,
아이와 어른이 만나고,
마을과 마을이 만나고,
무대 위 사람과 무대 아래 사람이 만납니다.

고추와 구기자는 그 만남을 만들어준 매개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지역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다

축제는 사흘 만에 끝났습니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가 철거되면 사람들은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축제를 함께 준비하고,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고,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던 기억은 남습니다.

그래서 이번 청양 고추·구기자축제 사진을 보면서 저는 지역의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시설도 필요하고 관광자원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장을 좋아하고, 함께 어울리고,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꺼이 나눌 때 그 지역에는 사람 냄새가 납니다.

콩밭 매는 아낙네들의 고향, 청양.

고추는 붉게 익었고,
풍물은 울렸고,
사람들은 춤을 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청양 사람들의 흥과 정(情)이 있었습니다.

***축제 길목에서 만난 작은 쉼터***

축제장을 오가는 동안 잠시 쉬어갈 곳이 필요했습니다. 그 길목에서 만난 곳이 코끼리카페 청양점이었습니다. 크고 화려한 공간이라서 기억에 남은 것은 아닙니다. 축제를 찾아온 사람들과 오가는 주민들이 잠시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동네 공간이라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밖에는 길을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와 초록 식물이 어우러진 차분한 공간이 있습니다.

축제라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입니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길목에서 사람을 맞고 잠시 쉬어갈 자리를 내어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작은 공간들까지 함께할 때 축제는 비로소 마을 전체의 이야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코끼리카페 청양점 — 충남 청양군 청양읍 중앙로 70-7 / 041-943-7071

***사진을 보내준 또 한 사람***

이번 청양축제의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은 현장의 사진을 전해준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20대 초반 함께 충청남도 도민체전에 국궁 대표로 함께 출전 했던 청양에서 ‘골목대장’이라는 정겨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친구입니다.

골목대장에는 오래된 LP와 사진, 낡은 물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물건 자체보다 그 물건마다 담겨 있는 사람과 세월의 이야기입니다. 소중하고 긴 이야기라서 이어서 Posting하겠습니다.

청양 골목대장 블로그 주소:
4만 번의 발걸음과 3년의 다방 골목, ‘청양.. : 네이버블로그

2026 청양 고추·구기자축제 Finale

사흘간의 축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불꽃은 잠시였지만, 함께 웃고 춤추고 노래했던 사람들의 기억은 오래 남을 것입니다.

결국 축제를 빛낸 것은 불꽃이 아니라 사람들이었습니다.

Source: 공주고등학교 55회 김성복 총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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